건강 플러스 ❶

허리 통증, 바른 자세와 습관이 중요

30대 직장인 여성이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허리가 아프다며 진료실을 찾았다. 근력 감소나 감각 이상은 없었다. 허리 엑스레이와 MRI 검사에서도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아 통증 조절을 위한 약물치료만 시행했다. 이 같은 단순 요통은 검사에서 뚜렷한 이상이 없으면 경과 관찰만으로 호전이 가능하다. 요통은 전체 인구의 80%가 평생 한 번 이상 경험하는 흔한 질환이다.
박형기
순천향대학교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
허리가 아프면 허리 디스크?
허리는 근육, 인대, 디스크, 뼈, 신경으로 구성돼 있다. 구성 요소 중 어느 한 부분의 이상이 허리 통증을 유발할 수 있으나 허리에 대한 뇌의 공간 지각 능력이 다소 떨어져 정확한 이상 부위를 인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어디가 아픈지 알 수 없는 애매한 많은 상황들이 허리 통증으로 표현된다. 이런 배경으로 정확한 원인은 진단이 어려워 ‘허리 디스크’가 허리 통증의 대표적인 명사로 불려 왔지만 실제로 요통 환자에서 허리 디스크가 원인인 경우는 10% 미만이다. 허리 통증의 실제 원인은 디스크보다는 근육과 인대 그리고 후관절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허리가 아픈데 MRI 찍어야 하나요?

허리가 아픈 원인은 영상 검사에서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단순 요통인 경우 2~3주 치료로 90%가 호전되므로 반드시 필요한 검사는 아니다. 하지만 전문의 진찰에서 증상의 호전을 기다리기 어려운 고열, 오한, 체중 감소, 누울 때 통증, 야간 통증, 항문주위 마비, 배뇨장애, 하지 감각 및 운동기능 이상 등과 같은 위험신호가 있으면 MRI 검사 등으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아픈지?

단순 요통의 경우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고 해서 이상 없는 것이 아니고 ‘큰 이상이 없다’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이런 경우 허리의 과다한 사용이나 허리가 약해 근육과 인대에 무리로 인하여 조직부종과 염증으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비슷한 예로 발목을 삔(염좌) 경우 뼈에는 이상이 없으나 인대나 근육이 붓고 아픈 것과 유사하다.

어떤 치료를 해야 좋아지나요?

허리 통증이 생기면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질병이 발견된 경우는 전문의를 통한 치료가 필요하지만, 단순 요통인 경우 대부분 휴식과 약물치료로 호전된다. 일단 통증이 호전되었다면 통증을 유발한 원인을 찾아 재발과 악화를 예방해야 한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허리 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자세와 습관을 유지하고 허리 근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주 허리가 아프면 허리 디스크?

허리가 자주 아프다면 근육과 인대의 압박과 긴장이 계속해서 디스크나 관절로 전달돼서 디스크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한 번 이상이 생긴 디스크는 증상은 호전될 수 있으나, 완전히 회복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에 허리가 자주 아픈 분들은 그 원인을 찾아 허리 디스크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인들은 무병장수(無病長壽)의 비결로 바른 습관과 자세를 꼽았다. 건강한 허리를 유지하는 데도 역시 바른 습관과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건강 플러스 ❷

늙은 호박, 단내 진동하던 그 정겨웠던 풍경들

글·사진 정나래
요리연구가(부엌 나래울 대표)
호박을 찾던 가을날의 추억

어릴 때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이면 외갓집에서 늘 늙은 호박 몇 덩이를 가져왔습니다. 봄에 앞마당 한편에 심어둔 호박씨에서 튼 싹이 두 계절을 보내면서 넝쿨이 끝없이 자라는데, 잎이 누렇게 뜨기 시작할 때쯤 넝쿨 사이를 잘 살펴보면 노랗고 커다란 호박덩이가 곳곳에 묵직하게 웅크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동생과 함께 보물찾기 하듯 넝쿨을 헤집으며 호박을 찾아내는 것이 가을날의 신나는 놀이였지요.

가족과 함께했던 호박 다듬기

새우를 구입할 때 대하인지 흰다리새우인지 헷갈리시죠?
집으로 가지고 온 늙은 호박을 며칠 해 잘 드는 곳에서 익혔다가 날을 잡고 호박 요리를 해먹었는데요. 크지 않은 거실에 신문지를 다닥다닥 깔고 다섯 식구가 그 위에 둘러앉았습니다. 작은 덩어리로 잘라 나눈 호박을 각자 한 덩이씩 챙겨 자리를 잡으면 다음 단계는 씨 제거! 씨는 살살 긁어 채반에 따로 모았습니다. 할머니와 엄마는 죽에 들어갈 호박의 딱딱한 껍질을 칼로 벗겨내고 잘게 써는 작업을 맡아 하시고 동생과 저 그리고 아빠는 전에 들어갈 호박의 과육을 껍질만 남을 때까지 숟가락으로 박박 긁어내는 일을 담당했습니다.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며 호박을 긁다 보면 어느새 큰 양푼에 발그레한 과육이 수북하게 쌓였는데요, 달큰한 호박 향이 집안 곳곳에 퍼져 기분마저 달달해지곤 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만들어 먹던 호박요리

호박 긁기가 끝날 때쯤이면 찹쌀가루 반죽을 작고 동그랗게 빚어 호박죽에 들어갈 새알심을 만들었습니다. 새알심이 다 익어 동동 뜨고 은은한 단내가 코끝을 쉴 새 없이 간질이면 큰 대접에 한 그릇씩 퍼다가 입맛에 맞게 소금과 설탕을 더해 먹었죠. 고소하면서도 달달하고, 식감은 부드럽고 쫀득했던 호박죽을 먹으면 코끝 시린 날씨에도 온몸이 후끈해질 정도로 따끈해졌지요.
머리에 호박을 이고 지고 마당을 뛰어다니던 풍경도, 온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과육을 긁던 풍경도 지금은 그리운 추억 한 덩이로 남아있습니다.

추위도 녹여줄 달달한 호박죽 레시피

재료
늙은 호박 1kg, 찹쌀 200g, 팥 150g, 물 3L, 대추 한줌, 호박씨 한줌, 소금/설탕(꿀) 취향껏
* 새알심: 찹쌀가루 200g, 뜨거운 물 130g, 소금 1작은술

만드는 법

➊ 팥 삶기 : 팥을 씻어 3시간 정도 불렸다가 소금을 약간 넣고 3~40분 정도 삶는다.

➋ 찹쌀 불리기 : 찹쌀을 씻어 30분 정도 불린다.

➌ 호박 속 긁기 : 늙은 호박을 잘라 씨와 껍질을 제거하고 과육을 조각내 썬다.

➍ 새알심 빚기 : 찹쌀가루에 소금과 뜨거운 물을 넣고 잘 치댄 다음 작은 크기로 동그랗게 빚는다.

➎ 끓이기 : 냄비에 호박과 찹쌀을 넣고 끓이다가 호박이 뭉근하게 으깨지면 핸드믹서로 큰 덩어리가 없을 때까지 간다.

➏ 팥, 새알심 넣고 끓이기 : 팥과 새알심도 함께 넣고 새알심이 동동 뜰 때까지 잘 저으면서 끓인다.

➐ 간 하기 : 새알심이 떠오르면 취향에 따라 대추, 호박씨 등 견과류를 더하고 먹기 직전에 소금과 설탕을 넣어 입맛에 맞게 간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