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에세이 ❶

2025년 1월 1일,
용산구에서 보는 일출 명소 3곳

어느덧 2025년을 맞이하기까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2025년에도 어김없이 새해 첫날을 특별하게 시작하기 위해 일출 명소를 찾는 분들이 많으실 거라 생각하는데요. 용산구 명예기자이자 주말마다 용산구 이곳저곳을 탐방하는 일이 취미인 제가 독자 여러분께서 푸른 뱀의 해를 알리는 태양을 보다 가까이에서 보고, 또 멋진 사진까지 남기실 수 있는 용산구 일출 명소 3곳을 선정해 보았습니다.
백지연 용산구명예기자

노들섬

주소 이촌동 302-185(노들섬 헬기장)

여의도 불꽃놀이 행사가 열릴 때면 당일 한강대교 양쪽 인도는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불꽃놀이 관람객으로 북적입니다. 새해 첫날 한강대교도 이와 비슷한데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곳이 바로 동작대교 방면 노들섬입니다. 저는 2024년 일출을 이곳에서 보았는데, 생각보다 이쪽으로 내려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분이 많지 않아서인지 가져간 낚시 의자에 앉아 남편과 느긋하게 일출을 기다리며 근사한 사진도 여러 장 담아왔습니다. 노들섬 헬기장으로 불리는 이곳에는 지면에 단차가 있어 앞쪽 인파가 시야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모든 이가 만족스러운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소월로

주소 용산동2가(용산2가동주민센터 삼거리)

남산에서 보는 뷰와 유사한 경치를 즐길 수 있는 다른 곳을 추천드리려 합니다. 바로 후암동에서 남산을 올라가는 도입부인 소월로인데요. 4호선 회현역에서 남산도서관을 거쳐 6호선 버티고개역으로 향하는 긴 오르막길이 소월로입니다. 이 길의 중간 지점이자 가장 지대가 높은 용산2가동주민센터가 바로 용산구의 두 번째 일출 명소입니다. 주민센터 뒤편에서 보면 앞으로는 후암동이 내려다보이고 뒤로는 남산이 우뚝 서있습니다. 탁 트인 이곳에서 일출을 감상한 뒤 후암동 골목 구석구석 탐방하며 이른 아침 식사를 하시는 것도 새해 첫날의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이촌 한강공원

주소 이촌로72길 62(한강공원 이촌안내센터)

한강을 따라 넓게 펼쳐진 공원과 의자와 테이블 등이 갖춰진 산책로는 새벽부터 특히 이촌동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일출 관람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손꼽힙니다. 이촌 한강공원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한강 너머로 일출과 함께 펼쳐지는 멋진 경치일 것입니다. 강물에 비치는 태양의 첫 빛은 마치 예술 작품처럼 반짝이고, 날이 맑다면 한강을 따라 펼쳐진 서울의 스카이라인과 어우려져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새해 당일, SNS 일출 인증샷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장소가 이촌 한강공원인 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저와 동일한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용산 에세이 ❷

14년째 노숙인들에게 따뜻한 새벽밥을 지어주는
우리 이웃을 만나다

제은진 용산구명예기자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11월의 어느 새벽, 용산구 삼일교회에서 평일 새벽마다 인근 노숙인들을 위해 따뜻한 밥을 나눠 주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게 되었다.
이곳에서 14년째 봉사를 하고 계시는 곽근명 씨(65세, 후암동 거주)는 새벽 5시부터 나와 교회 지하에 위치한 식당 주방에서 오늘 나눌 100인분 정도의 밥과 국, 반찬 등을 준비하느라 바쁘게 움직이던 중에도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젊은이들이 많기로 유명한 삼일교회에서는 이미 청년들이 자기들의 용돈을 십시일반 모아 서울역 노숙인들에게 빵과 우유를 나눠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날씨가 추워지니 노숙인들이 밥을 먹고 싶어 하는데 “저희는 요리도 못하고 도울 수 있는 방법에 한계가 있으니 좀 도와달라”는 한 청년의 요청으로 새벽밥 나눔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밥 짓기가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초창기에는 뜻을 같이 하는 맴버들이 각자의 돈을 조금씩 모아서 재료비 등을 충당했으나 이후 삼일교회의 후원을 받게 되었고, 지금은 헤세드 재단의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한다. 매주 서울역, 남대문 지역에 나가는 250개의 컵밥과 동자동, 후암동 쪽방촌에 배달되는 반찬 50개 그리고 토요일, 일요일을 제외한 평일 새벽에 노숙인들을 위한 새벽밥 짓기 등을 하고 있다.
공휴일과 명절에는 더 신경을 써서 특식이 제공된다고 한다.
곽근명 씨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20대 청년 노숙인 한 명이 기억에 남는다고 하셨다.
갑자기 부모를 잃고 서울로 상경해 노숙인이 된 청년인데 밥만 먹고 바쁘게 자리를 떠나는 노숙인들 사이에서 이 청년이 식판을 들고 배회하며 쭈뼛쭈뼛 서 있기에 다가가 말을 걸었다고 한다.

그 청년이 하는 말이 “오늘 밥을 남긴 건 반찬이 맛이 없어서가 아니다. 얼마 전 맹장 수술을 했는데 아직도 많은 양을 먹을 수가 없어서다”라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일주일간 그 청년을 위해 흰 죽을 쒀서 새벽마다 따로 챙겨 줬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청년은 롤케이크를 선물이라고 건네며 수줍어했고 그 이후론 밥만 먹고 바쁘게 떠나지 않고 남아서 식탁 위 닦기, 의자 정리 등을 도와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 때가 가장 보람되고 기쁜 순간이었다고 한다.
오늘 새벽 배식 때도 배식 전 식당 홀 닦기, 박스 정리 등 도움을 주고 있는 노숙인 출신의 어르신들이 계셨는데 그들도 한때는 노숙인으로서 이곳 새벽 배식을 받으며 도움을 받았지만 지금은 다른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인상 깊었다.
노숙인은 한자로 ‘露宿人’으로 길 로‘路’가 아니 이슬 로‘露’ 자를 쓴다. 찬바람, 새벽 이슬이 그들에겐 가장 큰 힘듦이 아닌가 이름에서 추측을 해본다. 겨울이 오는 12월,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조용히 자신의 삶 속에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이웃을 만나고 오는 길은 춥지만은 않은 새벽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