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숙 통합사례관리사
“ 스스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드리고 싶습니다 ”
복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대상자가 스스로 일어설 힘을 주는 것이다. 제도, 이웃 등의 도움으로 제 앞의 어려움을 해결한 경험이 있다면, 다음 난관도 헤쳐나갈 용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요성을 잘 알기에, 박은숙 통합사례관리사는 용산구 곳곳을 다니며 우리 이웃의 어려움을 살피고 자립의 씨앗을 심어주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용산구청 복지정책과 희망복지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통합사례관리사 박은숙이라고 합니다. 통합사례관리사로 활동한 지 11년, 용산에서 근무한 지는 어느덧 9년이 되었네요.
통합사례관리란 어떤 업무인가요?
살다 보면 보건, 복지, 고용, 신용, 법률 등 여러 분야의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가 생기는데요.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은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용산구는 다문화 가정이 많은데, 다문화 가정은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직접 찾아 이용하는 게 특히 더 어렵죠. 통합사례관리는 이처럼 복합적이고 다양한 대상자의 욕구를 조사해서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하고, 그 서비스가 잘 제공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업무를 말해요.
통합사례관리사로 근무하시면서 느끼는 가장 큰 고충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대상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으면 좋은데,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어려운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는 분들도 있거든요. 이런 서비스에 대해 잘 모르고,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귀찮게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죠. 구청에서 왔다고 하면 딱딱하게 여기는 분도 계시고요. (웃음) 이럴 때 이런 복지 서비스가 있으니 이용해 보라고 강요하는 것보다는 꾸준한 방문으로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해요. 다른 사람과 친해지는 과정에서 대상자분들에게도 ‘뭔가 해봐야겠다’라는 의지가 생기거든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웃처럼 자주 찾아뵈면서 “요즘 이 TV 프로그램이 재밌더라” 같이 일상적인 대화를 하다 보면, 나중에는 또 언제 오느냐고 먼저 찾기도 하세요. 그 후에 자연스럽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함께 찾아보고 알맞은 서비스를 연계해 드리는 거죠.
통합사례관리 업무를 하며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시나요?
저희는 대상자에게 필요한 사업을 연계한 다음에, 대상자의 욕구가 해결되면 업무를 ‘종결’해요. 가끔 길을 가다가 종결 대상자를 마주칠 때가 있는데 “덕분에 지금 잘 지내고 있다”라는 말씀을 해주실 때 너무 뿌듯하죠. 명절에 전화 주시는 분들도 있고요. 그 힘으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 종결한 사례 중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장애로 인해 거동이 불편하고 혼자 외부 활동이 어려운 분이 있었어요. 집 앞에 계단이 많아서 집에서 나오려면 3명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였거든요. 그러다 보니 외출하고 싶어도 하실 수가 없는 거예요. 그분에게 맞는 주거 서비스를 연계해 드려서 최근에 혼자서도 외출할 수 있고, 실내에서도 바깥이 잘 보이는 곳으로 이사하셨거든요. 대상자 본인도 크게 만족하셔서 기억에 남아요.
업무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이 일을 통해 대상자의 임파워먼트(Empowerment)를 키워주고 싶거든요. 임파워먼트란 쉽게 말해 개인적, 사회적으로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는 능력과 그 과정을 뜻해요. 제가 없더라도, 나중에 스스로 필요한 것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보통 대상자분들이 동주민센터에도 잘 안 가려고 하세요.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는 게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나의 사례가 종결되는 과정에서 스스로 생활을 잘 꾸려나갈 수 있는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용산구에는 다문화 가정이나 저소득층 등 어려움에 처한 분들이 곳곳에 계세요. 그런데 아무래도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구민 여러분께서 주변을 조금 세심하게 살펴보고 언제든지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그분들이 도움을 받아서 우리 지역에서 조금 더 안정적인 생활을 하며 더불어 살아가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